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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담론] AI로 생성한 작품에는 저작권이 없다고요?

정지우
2025-08-29

저작권이 없다는 것의 의미


고등학교에 가서 저작권 강의를 할 때면, "AI로 만든 작품에는 저작권이 없습니다."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보통 그러면 학생들은 약간 의아하게 나를 쳐다본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라는 듯한 눈빛이다. 그럴 때면, 저작권이 없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를 이어 이야기한다. "저작권이 없다는 건, 여러분이 프로필이나 SNS에 올린 AI 이미지를 아무나 허락 없이 가져가서 엽서로 만들어 팔아도 할 말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쯤되면 학생들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누구나 생성형 AI로 한 번쯤은 이미지나 글을 만들어보는 시대다.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개인 SNS에 올리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내가 AI로 생성된 작품의 '소유자'라고 믿는다. 즉, 저작권자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AI로 생성된 작품에는 저작권이 없다. 그러니 그 그림이나 글의 주인도 나라고 볼 수 없다.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만 저작권이 있다고 본다. 이 때 AI와 관련하여 핵심은 "인간의" 부분이다. 인간이 아닌 AI가 표현한 창작물은 "인간의"가 아니라 "AI의"가 되기 때문에, 저작권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법리적 해석이 되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뉴스 등에서 이러한 사실을 들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저작권이 없다는 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헷갈려한다. 저작권은 흔히 '권리의 다발'이라고 불린다. 즉, 저작권에는 여러 권리들이 존재한다. 저작권은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이라는 큰 범주로 나뉘고, 그 안에서 다시 여러 권리들이 파생되어 나간다. 대표적인 게 복제할 수 있는 복제권, 배포할 수 있는 배포권 등이 있다.


원래 저작권이 있으면, 작품을 복제할 권리도, 배포할 권리도 저작권자에게 있지만, AI 생성물은 저작권자가 없으니 아무나 복제하고 배포할 수 있게 된다. 누군가 SNS에 잔뜩 AI 생성물을 올려놓았다고 해보자. 남들이 그 작품들을 가져가서 복사하고, 여기저기 공유하고, 배포하더라도 저작권 침해로 고소할 수 없다. 애초에 그 그림을 올렸다고 해서 저작권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작권, '편집저작물'


이 때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게 있는데, 바로 '편집저작물'이라는 개념이다. 편집저작물이란, 설령 저작권 없는 요소들일지라도, 그러한 요소들을 배열하고 편집한 방식에 '독창성'이 있으면 저작권을 인정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문제집 출판사는 변호사시험 기출문제나 수능 기출문제 등에 대한 저작권이 없다. 기출문제를 만든 건 시험을 만든 기관이지 출판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출판사에서 그러한 기출문제들을 모아서 독창적인 방식으로 편집을 하였다면, 그러한 편집의 창작성을 인정하여 ‘편집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 AI로 만든 작품에도 이러한 편집저작물로 인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령, AI로 이미지, 음악, 대사 등을 만들어 '편집'하여 합치는 걸 인간이 할 경우, 그 인간의 창작적인 행위를 인정하여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바야하로 '편집'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 편집이란 창작에 비해서는 그 지위가 약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창작이 더 쉬운 것이 되고, 편집이 더 인간적인 안목이 필요한 행위가 될 여지가 생겼다. 창작은 AI에게 맡기면 되고,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에 대한 안목을 갖고 독창적으로 배열하고 편집하는 게 더 중요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편집에 '저작권'까지 부여하여 '편집저작물'로 인정하니, 그 힘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니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해내는 것 같은 '창작의 신비'보다는 정확한 안목을 가지고 '창작된 것들'을 배열하고 편집하는 힘이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어쩌면 AI와 함께 온 것은 '편집자의 시대'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대의 창작


나아가 AI로 생성한 창작물이라도, 그 창작물에 인간의 수정과 보완, 증감 등이 이루어지면, 역시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관점도 등장하고 있다. AI에게 글이나 이미지, 음악의 생성을 맡길 수는 있다. 그러나 인간이 그 뒤에 대폭 수정하면서 증감했다면, 그래서 결국 최초에 AI가 만든 부분이랑 인간이 보완한 부분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면, 그 '인간'에게도 저작권이 발생한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이는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한 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포토샵, 일러스트 등을 이용해 도형을 그리고, 채색을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해진 것처럼, AI를 도구로 인간이 자신의 창작성을 발휘하는 일도 점점 법적 논의의 대상에 중요하게 오를 것이다. 단순히 AI로 만들었으니 저작권이 없다, 라고 하기엔 현실은 훨씬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결론'을 그저 법조인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우리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모든 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특히, 저마다 개인 SNS를 가지고 끊임없이 사진이나 글 등 자기 작품을 온라인에 '공표'하는 시대에는, 모두가 저작권자이기도 하다. 저작권자로서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앞장서서 함께 고민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문화도 더 올바른 방향으로, 더 정당한 권리들을 보호하며, 풍성한 창작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 글쓴이 - 정지우

작가 겸 변호사. 사단법인 이사장이자 청년창작권리센터(YCRC)의 센터장으로 있다. <청춘인문학>,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사람을 남기는 사람>, <AI, 글쓰기, 저작권>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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