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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청년] 청년은 완성형 문장이 아니다

허태준
2025-08-19

“너도 비진학 청년 아니야?”


대학원에 다니는 지인이 링크 하나를 보내며 물었다. 확인해보니 ‘대학 비진학 청년’ 관련 설문조사 링크였다. 나는 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것도 맞고, 만 19~ 34세 청년인 것도 맞으니 얼핏 보면 적합한 조사 대상이었다. 하지만 아래 내용을 조금 더 살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참여대상 항목에 적힌 상세 성명 때문이었다.


1.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고 진학할 의사가 없는 청년

2. 대학에 진학 후 자퇴 또는 제적하였고 다시 진학할 의사가 없는 청년


사진출처 : Pixabay_LoggaWiggler


나는 학창시절 직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곧장 취업을 했지만, 대학에 ‘진학할 의사가 없는 청년’은 아니었다. 오히려 항상 ‘대학’을 하나의 선택지로 염두에 두었고, 취업 후에는 방송대학교에 입학해 일을 하며 학위 수업을 들었다. 미래를 계획할 때 그 선택지를 단호히 배제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비진학 청년’이 아닌 걸까?


돌이켜보면 주위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직업계 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했던 정책 중 하나가 ‘일학습병행’이나 ‘선취업 후진학’이었다. 심지어 지역 대학과 MOU를 맺어 교양과목을 미리 수강해 학점을 적립할 수 있는 시범 사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시기나 방식으로 대학을 가지 않을 뿐, 삶의 과정에서 ‘필요하면 가야할 곳’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은 절대 대학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사람이 없던 건 아니었다. 한 친구는 ‘대학 졸업장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며 자신이 그것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전공에 확신을 가진 친구였고, 숙련 기술자가 되겠다는 명확한 목표도 있었다. 하지만 취업을 하고, 다니던 회사에서 야간 대학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그는 곧바로 참여했다. 언젠가 그에게 생각이 바뀐 이유를 물으니, ‘대학 졸업장 없이 잘 사는 삶’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공부할 기회가 생겼는데 하지 않는 게 ‘잘 사는 삶’인지 의아해졌다는 것이다.


친구는 다소 민망한 듯 웃었지만, 나는 그런 ‘불확실함’이야 말로 청년 시절을 관통하는 핵심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확고한 진로와 목표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계획을 실행해도 언제나 변수는 존재한다. 외부적 요인이나 가치관의 변화를 겪을 수도 있고, 때로는 그 진로와 목표 자체가 불확실했음을 깨닫기도 한다. 반대로 그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가능성을 찾아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청년’이 완성형 문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년은 삶에서 가장 활동적이고 큰 변화를 맞이하는 이행기이며, 스스로를 정의하는 정체성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같은 청년 안에도 수많은 분류가 필요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가능성’을 닫아 놓은 채 청년을 호명하는 일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언젠가 대학에 갈 의사가 있는 사람은 비진학 청년이 아닌가? 경제적 문제 등 외부 요인으로 비진학을 선택한 이들은 어떨까? 야간대학이나 방송대학에 진학하거나 계획 중인 사람은? 진로가 바뀌어 직업 훈련을 다시 받거나 현재 업무에 전문성을 더하고 싶은 사람은? 경제적 안정을 얻고 이후 취미나 다른 목표를 위해 대학 진학을 꿈꾸는 사람은? 확고한 비진학 의사가 있었음에도 사회적 차별이나 편견 등으로 생각이 바뀐 사람은 어떨까?


질문을 이어갈수록 ‘비진학 청년’이라는 단어가 출현하게 된 이유와 의미 역시 되새기게 된다. 질문에 다른 질문을 더할 수도 있다. 누군가 대학 진학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 가치관의 변화일까, 아니면 사회적 시선 때문일까? 사회적 시선에 대한 해결책이 대학 진학 밖에 없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가 아닐까? 우리 사회에 대학 교육을 대체할 삶의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대상을 엄격히 분류하는 과정보다, 그 속에 얽힌 맥락을 복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일 지도 모르겠다. 그럴수록 누군가를 부르는 이름도, 각자가 꿈꾸는 ‘잘사는 삶’의 모습도 선명해질 것이다.



* 글쓴이 - 허태준


직업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실습생,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한 경험을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라는 책으로 썼습니다. 일하는 청(소)년, 대학생이 아닌 이십대, 군인이 아닌 군복무자로 살아가며 스스로 소개하는 것조차 버거운 삶이 있음을 알고 그런 이야기를 찾아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함께 쓴 책으로는 《세상의 모든 청년》,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가 있습니다.



* [오늘청년]은 청년들이 직접 청년 당사자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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