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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담론] 00문제와 00당사자

보람끈
2025-09-16

00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00당사자의 역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최근 여러 사회문제를 논할 때 자주 그리고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개념이 '당사자 성' 입니다. 제가 관심 가지고 있는 청년, 문화 예술 관련 여러 이슈에서도 당사자 개인 혹은 당사자 단체의 활동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청년문제로 좁혀서 보더라도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있는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대중의 인식도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는것으로 보이고 긍정적 측면에서 실질적 청년 문제 개선 사례가 누적되며 청년 당사자 주도의 활동에 대한 사회적 효능감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같은 맥락에서 청년 정책 결정 과정이나 사회문제 해결 과정에서 청년 당사자 참여의 필요성도 점점 강조되고 있고요.


그런데 어떤 것이든 좋은 면만 있을 수 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속에서 당사자 성이 다소 과하게 반영되는 지점이나 상황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부분은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청년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모두가 다 같이 청년 당사자 성이 과도하게 반영 되었을 때의 아쉬운 점도 나눌 수 있어야 궁극적으로 더 좋은, 균형 잡힌 사회적 솔루션이 도출된다 믿습니다. 그래서 청년,문화 예술 문제 뿐 아니라 당사자 성이 항상 최선의 해결책으로 이어지는가 에 대한 짧은 고민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먼저 일러두고 싶은 점은 특정한 당사자 단체나 개인의 사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논하기 보다는 당사자 성을 둘러싼 여러 관점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쓰는 글임을 분명히 합니다.


당사자 성이 가진 분명한 가치, 문제 발굴과 정의의 핵심 요소


특정한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역할과 필요성은 분명 존재합니다.
당사자는 문제의 실상을 가장 생생하게 알고 있으니까요. 통계나 이론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일상의 구체적인 어려움, 기존 정책의 실제 효과와 한계를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매일 마주하는 현실 (ex. 지하철역의 먼 엘리베이터 위치, 버스 탑승의 실제적 불편함)은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그저 상황을 보고 한계를 상상해보는 것 정도 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당사자의 이런 생생한 경험 없이는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당사자가 참여한 솔루션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경우(필자경험기준)가 많습니다. 당사자 참여가 없이 책상 앞에서 만든 이론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정책이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는데, 당사자의 참여는 이런 정책을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회문제 속에는 당사자 외 그 문제를 같이 고민하거나 아니면 설득해야 할 이해관계자도 존재한다.


하지만 사회 속 해당 문제의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당사자 성이 과도하게 반영되면 생기는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는 사회적 언급이 적은 편입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는 잘 못 꺼냈다간 니가 뭘 알아! 라는 비난을 받기 쉬워 꺼려지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우리는 분명 당사자들이 외치는 메시지 중에 그들이 문제를 풀어가는 현실 방식 속에서 갸우뚱 하거나 불편했던 적이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만들고 결정한 솔루션인데 왜 그런 것인지 생각 해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수학이론을 가장 잘 아는 학생이 반드시 수학을 가장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라는 문장에서 당사자 성이 놓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실제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보다 학원가 일타강사가 저에게 더 수학 문제 푸는 법을 잘 가르칠 수 있습니다. 왜일까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 즉 사회문제 관점에서  누군가에게 해당 문제를 알리고 그 솔루션을 제안한다는 것은 그 문제를 잘 알고 있는 것 못지않게 가르쳐야(알려야) 하는 대상이 어떤 상황과 생각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복합적인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나는 수학이 싫어!'라고 맹목적 거부만 하는 상황인지, 과거의 어떤 경험으로 인해 수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상황인지에 따라 가르치고 전달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고, 가르치기 전에 해야 할 준비도 다르기 마련입니다. 
당사자 성이 너무 강조된 나머지 이 문제를 설득하거나 같이 플어가야 할 이해관계자(대상) 혹은 다른 입장(상황)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면 '내가 수학을 제일 잘 아니까 당신이 배우고 싶은 방식은 접어두고 내가 알려주는 방식으로 푸는 것이 맞아' 라고 접근하는 것 같아지고 결국 그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맞지 않는 사람은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저 또한 특정한 사회문제 해결 현장에 있는 이해 관계자로서 문제해결에 대한 필요성과 당사자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무척 공감하나 제안 된 솔루션이나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 당사자의 사정과 입장만 반영되어 동참하기 어려웠던 적이 있습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당사자 성은 사회문제를 풀어감에 있어 불가근불가원의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정보 없이는 제대로 된 문제 정의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가서 그 목소리에만 빠지면 결국 그 문제를 함께 풀어가고 지지하고 궁극적으로는 동참해야 할 다른 존재에 대한 고민에서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한번 생각해봅시다. 많은 사회문제는 그 당사자가 소수의 입장인 경우가 많습니다.(아닌경우도 있죠.) 보통 당사자가 다수였다면 사회문제로 발전하기 전에 해결됐을 확률이 높으니 어쩌면 당연하겠죠? 소수의 입장이라는 말은 즉 설득하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대상이 다수이고, 당사자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덜 이해하는 사람이 다수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회문제 해결법은 소수 입장의 사람들이 다수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어떤 것(상태, 기회 등)에 다다르기 위한 요구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당사자성은 초반에 문제를 잘 정의하고 좋은 방향을 잡아가는 재료로써 활용하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한 후반 즉, 사회적 요구를 정리하고 행동할 때는 그들이 설득하고 동참을 제안할 이해관계자의 생각과 입장에 대한 깊은 고민이 선행되던지 필요하면 같이 동참해서 풀어가는 방식이 좋은 사회모델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현재 당사자 주도로 관련된 문제와 필요(솔루션)사항을 논리를 바탕으로 사회와 나누는 ‘공론장’을 넘어 당사자-이해관계자가 논리 다음 숨어있는 서로의 사정과 사회적 감정도 나눌수 있는 ‘공감장’의 형식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도 시도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딱딱한 테이블 위에서 발제와 토론, 주장과 반론만 교차 되는 기존의 공론장 보다는 물리적, 정서적으로 내가 타인이 되어보는 경험이 포함된 공감장의 모델이 필요한 현재의 대한민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공감장의 작은 씨앗, 집단지성으로서의 해결책 콜렉티브 임팩트

요즘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라는 용어를 사회 속에서 자주 접하게 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복잡다단한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하나의 주체, 하나의 툴, 하나의 관점 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공동으로 문제를 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찾은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에서 제안한 공감장도 결국 콜렉티브 임팩트의 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마치며 오늘도 저는 여러 당사자단체가 모여 주최하는 모 포럼에 참여합니다. 해당 당사자들의 어려움과 지원의 필요성은 다양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포럼 개요를 받았습니다. “필요한 것과 필요한 기회가 많은데 사회의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등의 주제는 다른데 매번 비슷하게 제시되는 결론보다는 개요에 적혀 있지 않지만 포럼 현장에서 그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정책 담당자 등이 포함된 이해 관계자의 솔직한 이야기와 해당 지원을 조금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일반 대중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렇게 해야 포럼 뒤에 고민할 솔루션이 더 많은 대중의 지지와 바람을 품은 솔루션의 모습이 될 것 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 협의가 다양하고 풍부하게 포함된 당사자 솔루션 기꺼이 이해 관계자를 포함한 사회의 공감과 동참을 부를 것 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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