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청년] 작은 행운들과 함께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행복 - 나태주
지금의 나는 수많은 작은 행운들이 겹쳐 만들어진 존재이다.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조용히 쌓여온 선물 같은 순간들 말이다. 사계절이 뚜렷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공기가 달라지는 한국에 태어난 것도 그렇다. 벚꽃이 피면 설레고, 한여름의 초록이 진해지면 마음이 풍성해지고, 가을의 선명한 공기가 지나고 첫눈이 내릴 때면 어김없이 다시 무언갈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이런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사는 일은 생각해보면 꽤 큰 축복이다.
나를 지지해주시는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것도 그렇다. 오늘 하루를 묻던 저녁, “잘할거야”라는 말 한마디가 주던 힘. 그 모든 것이 나를 조용히 떠밀어준 또 하나의 행운이었다. 동생들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와 함께 성장 한다는 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함께 일하고 웃으며 시간을 보낸 친구들과 동료들도 있다. 내가 무너질 때는 묵묵히 기다려주고, 내가 빛날 때는 그 빛을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다. 비슷한 속도로 걷고 때로는 서로의 속도를 맞춰주며 함께 살아가는 이 관계들이야말로 내가 받은 가장 다채로운 행운 중 하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행운을 누리고도 나는 최근에서야 이 사실을 제대로 실감하게 된 걸까. 아마도 너무 익숙했던 것들이라 오래도록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것 같다. 당연하게 여긴 하루하루 속에 사실은 누군가의 마음과 배려, 시간과 온기가 있었음을 이제야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이 세상에 내가 빚지고 있는 것이 참 많다는 것도,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도움 속에서 자라왔다는 것도 뒤늦게 깨닫는다.
요즘은 나에게 스며들었던 그 작은 행운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닿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크게 삶을 바꿀 정도의 엄청난 행운이 아니라도 괜찮다. 하루를 조금 더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외롭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짧은 안부, 잠시나마 마음을 환하게 하는 장면 같은 것들. 그런 작은 행운들이 누군가에게 살포시 내려앉기를, 그리고 그 행운이 또 다른 누군가의 하루를 부드럽게 밀어주기를 바란다.
오늘의 나는 많은 행운 위에 서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내게 머물렀던 행운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삶에도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서로의 하루에 작은 빛이 되어주는 세상이 온다면 그 또한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행운일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어떤 경우 - 이문재
* 글쓴이 - 은혜
따뜻한 세상을 꿈꿉니다.
* [오늘청년]은 청년들이 직접 청년 당사자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 <오늘은, 청년예술>에서는 청년 담론에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기고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chek68520@gmail.com으로 원고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