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청년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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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청년] 겨우살이

은대현
2026-04-28

하늘에서 눈이 꽃이 되어 내릴까 말까 고민하던 작년 10월 31일, 28살 중소기업 인턴십 참여자가 회사를 떠났다. 같이 일하며 부족함을 느낀 적 없는 청년이었고, 항상 부족한 자리를 먼저 찾아서 채우는 성실함이 있었다. 교육센터에서 근무하는 만큼 아이들에게는 친절함이, 학부모에게는 능숙함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빨리 깨달은 친구였다. 2개월, 두 달도 채우지 못한 60일이라는 기간, 실업급여도 나오지 않는 계약직, 강남을 거쳐 출퇴근하는 꽉 막힌 지옥철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부정적인 생각으로 흘러넘친 33살 넘은 직장인과 달리 28살 청년에게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내가 학부모라면 답답하게 느껴질 것 같으니 미리 교실을 치워두겠어.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내가 강사라면 주차 때문에 너무 힘드니 라바콘을 주말에 세워두겠어.


젊은 나이에 머리보다 몸이 더 고생하는 해결책을 자주 내는 친구였지만, 궂은 일에도 마다하는 법을 몰랐다. 구청 주말 농장 관리인들조차 칼바람이 무서워 청소를 포기한 겨울 날씨에도 흰 색 목장갑 한 쌍, 주차조끼 한 벌 걸치고 일어나 먼저 움직였다. 지붕을 다 덮어버린 눈도 아침저녁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얼굴을 가리지는 못했다.



가끔은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지 궁금했다. 정직원은 커녕 계약 연장도 기대할 수 없는 구청 교육 프로그램 소속이면서, 심지어 장래 희망도 은행 총무 담당자 취업인데, 잠깐 일하는 곳에서 무엇을 바라는지 어떤 바램이 있어 자신의 젊음을 태워 일하는가. 1시간보다 살짝 짧은 점심시간에 편의점 삼각 김밥을 같이 뜯으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냥요. 할 수 있어서요.’ 쑥스러운 얼굴로 별 것 아닌 일이라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할 수 있을 때 참여하자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멈춰버린 헌혈 기록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아이들의 질문이 귀찮게 느껴졌던 순간이, 강사들의 카톡에 일단 짜증부터 냈던 시간이 나를 덮고 있었다.


28살 처음 직장인이 된 후, 마주했던 세상은 배려보다 악의로 흘러 넘쳤다. 콜센터로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수화기를 잡고 있는 상담사를 괴롭히는 고객, 사회초년생이 건넨 명함을 빙글빙글 돌리며 갖고 놀던 소위 스타 강사들, 3평 남짓한 촬영실에서 일정이 마음에 안 든다고 1시간 반을 갈구는 상사의 칼날에 나의 말랑했던 순수성은 뭉텅뭉텅 깎여나고, 어느 순간부터 전날 작성한 업무일지를 보며 내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이렇게 행동했나? 하는 마음이 더 커져갔다. 


시간 당 급여가 적어서, 내가 맡은 업무가 아니어서, 근무시간이 지났으니까, 압류 테이프마냥 덕지덕지 마음에 발라 붙여 놓은 사유들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더는 독한 말로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 내가 기대했던 것 보다 잘 안 돼서, 결과보다 책임을 묻는 기계적인 응대에 지쳐버린 날개가 있었다. 봉사에 대한 도덕심이 아닌, 나를 위한 자기위로도 아닌, 그저 할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을 도왔던 선함을 언제부터 인지 알 수 없지만 잊고 있었다.



28살 인턴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본사에 추천했지만 그도 남길 원하지 않았고, 회사도 남기길 원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잡코리아와 사람인 공고를 같이 들여다보며 이력서를 쓰는 방향을 코칭하고 자격증을 추천했지만 흘러가는 시간은 두 손으로 잡을 수 없었다. 10월 31일 목요일 17시, 인턴십 근무시간이 끝나고 퇴근할 때 그는 내게 물었다. 자신이 입었던 노란색 형광 주차 조끼를 기념으로 받을 수 있는지. 명함도 이메일도 없었고 소속도 구청으로 남았던 그에게 유일하게 챙길 수 있는 추억은 낡고 헤진 조끼 한 벌 뿐이었다. 이미 팀장에게 메신저로 허락을 받았다며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나의 불편함을 먼저 걱정했던 청년은 아쉬운 얼굴만큼은 덮지 못한 채 떠나갔다. 나는 매일같이 내리다가 그날만 오지 않았던 눈을 원망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의 기어 속에서 잠깐의 맞물렸다가 다시 헤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오히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두 사람이 만났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지만, 가끔은 잔잔해 진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인연을 만나곤 한다.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는 이별이 너무 흔해서, 날아가는 담배 연기에 담아 떠나 보내야 한다.


필터에 걸러지지 않은 아쉬움만 남은 채로



* 글쓴이 - 은대현

이메일 - edh0365@naver.com


* [오늘청년]은 청년들이 직접 청년 당사자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본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된 이미지 일부는 AI로 작업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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